난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아
“난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아. 좋아하지 않아.”라고 끝없이 투덜거리는 책이불을 푹 뒤집어쓴 채 손전등을 켜고 몰래 만화책을 보는 아이… 어디선가 많이 본 모습이다. 누구나 추억 속에 한 컷 간직하고 있을 법한 바로 그 장면이 표지에 담겼다. 그런데 『난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아』라는 책 제목은 그 짜릿한 몰입의 순간을 단숨에 배반한다.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표지부터 글과 그림이 어긋나는 이 그림책, 뭔가 수상하다.책장을 펼치면, 침대로 훌쩍 뛰어오른 고양이가 아이를 깨우고 막 하루가 시작되려는 참이다. 아이는 싫은 표정으로 투덜거리듯 “난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아.”라고 말한다. “난 아침에 일어나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아.”를 시작으로 아이는 우주에 있는 사람이나 바다에 사는 물고기 이야기, 버스나 자전거 이야기, 지루하고 낡은 학교 건물 이야기, 숫자나 글자에 대한 이야기 등 자기가 좋아하지 않는 것들의 목록을 투덜거리는 말투로 끊임없이 나열한다. 그러면서 우리는 그런 비호감의 대상들과 더불어 아이가 시큰둥한 표정으로 펼쳐가는 하루의 일상을 보게 된다. 그런데 오른쪽 페이지에 동 시간대로 나란히 펼쳐지는 고양이의 일상은 그와 무척 다르다. 명랑한 고양이는 아이를 찾아다니느라 아이가 학교에 메고 간 배낭의 노란 색깔을 쫓아 도시의 곳곳을 헤집고 다니며 마냥 사고를 친다. 결국 아이가 집으로 돌아올 때쯤 고양이는 역동적인 모험을 마치고 둘은 다시 만나 하루를 마무리하는데, 그제야 아이는 자신이 “이야기를 좋아할지도 모른다”는 것을 슬며시 인정한다. 단 하나, ‘바로 그것’이라면! 고양이에 대한 이야기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