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드를 올리고
넘어지는 일 하나는 끝내주게 잘한다.
하지만 일어서는 것은 여전히 힘겹다.
나를 일으켜 준 이름 모를 권투 선수에게 이 책을 보낸다.
오늘도 일어서는 당신에게도
여기가 어디지? 나는 뭘 하는 거지? 그만 내려갈까?
단 3분, 가장 치열하고 고독한 나를 만나는 시간!
주인공 ‘빨간 주먹’과 ‘검은 주먹’의 권투 경기가 시작된다.
자신감을 갖고 경기에 임했던 빨간 주먹은 상대의 거친 공격에 쓰러진다. 일어선 빨간 주먹은 상대의 공격을 막기 위해 가드를 올리지만 헛수고로 돌아가고 다시 쓰러진다.
『가드를 올리고』는 50페이지 걸쳐 빨간 주먹과 검은 주먹의 권투 장면만 클로즈업된다. 링 밖에서 응원하는 관객 한 명 화면에 없다. 오로지 둘뿐이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빨간 주먹과 검은 주먹의 사투가 더욱 사실적으로 드러난다. 퍽! 퍼버벅! 퍼벅!
작가는 마치 실제 경기를 보는 느낌으로 두 선수만의 치열한 싸움을 거친 목탄으로 튀어나올 듯, 튕겨 나갈 듯 속도감 있게 그려 낸다. 그림을 보는 내내 아픔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듯하다. 퍽! 퍼버벅! 퍼벅!
작가는 쓰러지고 일어서는 권투 선수의 모습을 산을 오르며 정상에서 부는 바람을 기대하는 사람의 마음에 비유했다. 중심을 잃고 쓰러지거나, 강한 주먹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거나, 애써 뻗은 주먹이 빗나가는 좌절의 순간에도 다시 일어서 가드를 올리는 모습은 산에서 길을 잃은 사람처럼 절박하다. 3분의 절박함은 마치 젖 먹던 힘까지 쏟아 내며 냉혹한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의 삶과 절묘하게 겹친다.
빨간 주먹은 다시 가드를 올리고, 경기는 마지막 공이 울리기 전까지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