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보와 앤 : 제23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안녕하세요. 즐거움과 안전을 책임지는 여러분의 친구, 리보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내 이름은 리보다. 도서관을 방문하는 사람들과 소통하며 알맞은 책을 추천하고 즐거움을 주고 안전을 책임지는 로봇이다. 몇몇 소란을 제외하면 도서관의 날들은 평화로웠다. 그 일요일이 있기 전까지는. 그 일은 이상한 안내 방송에서 시작됐다.
“긴급 상황입니다. 신속히 도서관 밖으로 나가 주시기 바랍니다. 도서관에 플루비아…….”
사람들에게서 ‘불안, 공포, 혼란, 두려움’의 징후가 수집되어 내 감정 센서에 나타났다. 재난 대응 매뉴얼에서 자주 보던 것들이었다. 그날 이후, 문밖으로 나간 사람들이 돌아오지 않고 있다. 도서관엔 이야기 로봇인 앤과 안내 로봇인 나, 둘만 남겨졌다. 늦게까지 깨어 있는 것도, 사람들이 오지 않는 것도 처음이라 무얼 해야 할지 몰랐다. 영문을 모른 채로 시간이 흘러갔다.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지 못한다면 ‘쓸모없는 앤’이 되고 말 거야. 리보, 아이들이 나를 보러 올까?”
“앤, 그 아이가 다시 올까?”
나는 기다린다. 매일 아침, 로비에서 사람들이 오기를. 사람들이 와서 말을 걸어 주기를. 그 아이가 다시 나타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