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능력자들 1. 애완동물 실종 사건
보통 사람과 초능력자 사이를 어정쩡하게 서성이는 소능력자들의 세계로 초대합니다! 어쩌다 생긴, 그러나 안타깝게도 생기다 만 초능력 아이들이 각종 매체에서 만나는 영웅은 대부분 슈퍼 영웅이다. 그들은 두 팔만 뻗으면 하늘을 쉭쉭 날아다니고, 한 손으로 트럭 한 대쯤은 거뜬히 들어 올리며, 눈 깜짝할 사이에 목적지에 닿는 신공을 발휘한다. 하지만 이 책 주인공들의 초능력은 초라하기 짝이 없다. 유성이 떨어진 어느 날, 엄지손톱에 반달 모양의 붉은 반점이 나타나며 생긴 초능력은 남에게 말하기 부끄러울 정도이다. 공중 부양이긴 한데 겨우 5센티미터만 뜨고, 손 안 대고 물체를 움직일 수 있긴 한데 딱 1킬로그램까지만 된다. 몸이 투명해지기는 하는데 온몸이 아니라 한쪽 팔만이고, 뜬금없이 터키어가 쏙쏙 들리긴 하는데 말은 전혀 못 한다. 보통 사람에 비하면 대단하지만, 슈퍼 영웅에 비하면 보잘것없는 초능력, 어린이 독자들이 느끼는 공감과 재미는 여기에서 시작된다. 너의 능력이 ‘슈퍼(super)’하지 않고 ‘소(小)’해도 괜찮아 아이들 눈에 비친 어른은 뭐든 다 할 수 있을 것 같은 초능력자와 다름없다. 비록 그 일이 자동차 운전처럼 소소한 일이더라도 말이다. 아이들은 자신들의 현재 능력에 좌절하며 ‘어른이 되면 할 수 있는 일’을 동경한다. 진짜 초능력자가 되기 위해 연습을 거듭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은 빨리 어른이 되고 싶은 아이들의 모습으로 투영된다. 한편으로 신의 능력을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초능력이라 한다면, 인간의 능력은 소능력이라 할 수도 있다. 그래서 더욱 소능력자들의 이야기는 누구에게든 일어날 수 있는 ‘나의 이야기’처럼 들린다. 너의 능력이 대단하지(super) 않고 작아도(小) 괜찮다는 위안을 건넨다.슈퍼 영웅의 어마어마한 능력, 무엇이든 척척 해내는 모습은 가슴이 뻥 뚫리는 시원함과 통쾌함을 선사한다. 반면 생기다 말고 사그라든 주인공들의 능력은 독자로 하여금 조마조마하며 지켜보다가, 응원하다가, 결국은 웃음을 터뜨리게 한다. 보통 사람과 초능력자 사이를 어정쩡하게 서성이는 모습은 움찔거리는 재미를 준다. 힘이 너무 약하다고 그럼 합치면 되지!보잘것없는 초능력으로 뭘 할 수 있을까 주인공들이 스스로의 능력에 실망해 있을 때, 실종된 앵무새를 찾는 포스터가 눈에 띈다. 앵무새의 발톱에 자신들과 똑같은 붉은 반점이 있을 뿐만 아니라 높은 사례금도 걸려 있다! 앵무새를 찾기 위해 동네를 돌아보던 아이들은 실종된 애완동물이 생각보다 많은 걸 알아챈다. ‘단순 실종’이 아니라고 판단한 아이들은 의기투합하여 사라진 애완동물들을 찾기로 한다. 초능력자들은 다른 이의 도움이 필요치 않다. 하지만 소능력자들은 스스로의 부족함을 알기에 다른 이들과 힘을 합친다. 별로 특출할 것 없는 평범한 주인공들은 작은 능력을 모아 사라진 동물을 찾아 나서고, 범인을 밝혀낸다. 주인공 중 누군가는 사람들 앞에 영웅으로 드러나지 못한 걸 아쉬워한다. 하지만 아이들은 자신들의 힘으로 좋은 일을 해냈다는 사실에 만족하고 자신감을 얻으며, 세상에는 보이지 않는 영웅도 있음을 깨닫는다. 추리의 묘미, 범인은 누굴까 주인공들은 터키어 능력 조금, 투명해지는 능력 조금, 물체 이동 능력 조금, 공중 부양 능력 조금을 발휘하여 용의자를 찾아낸다. 그 결과 용의선상에 오른 사람은 개고기나 비둘기 고기로 케밥을 만든다고 소문 난 케밥 가게 주인들과 실종된 개를 찾아 준 수의사! 소능력자들을 비밀스럽게 미행하는 의문의 등산복 아저씨들은 추리의 묘미를 한껏 끌어올린다. 에필로그에서 살짝 드러난 등산복 아저씨들의 정체는 다음 권을 기대하게 하기에 충분하다. 추리 소설과 슈퍼 영웅이 등장하는 영화를 즐겨 보는 작가는 이 책에서 그동안 쌓은 내공을 마음껏 선보인다. 긴장감이 고조되는 장면에서는 과감한 구도, 명확한 명암 대비를 통해 긴장을 더하는 그림은 이 책을 보는 또 다른 재미이다.